커피에 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 1편 (칼디, 교황의 세례, 커피 금지 청원, 베토벤)
커피는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음료인 만큼, 그 역사 속에는 흥미롭고 유쾌한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단순히 졸음을 쫓는 도구를 넘어 문화와 역사를 바꾼 커피에 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 4가지를 소개해 드립니다.
1. 춤추는 염소와 에티오피아의 목동, 칼디(Kaldi)
앞에 소개해 드린바와 같이, 커피와의 첫 만남은 운명이었습니다. 커피의 기원을 이야기할 때 절대 빠지지 않는 가장 유명하고 귀여운 에피소드입니다. 서기 850년경, 에티오피아의 고원 지대에는 '칼디'라는 이름의 젊은 목동이 살고 있었습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염소들에게 풀을 먹이던 칼디는 어느 날 아주 이상한 광경을 목격합니다. 얌전하던 염소들이 어떤 빨간 열매를 따 먹더니, 마치 축제라도 열린 듯 뒷발로 서서 껑충껑충 뛰어다니며 밤이 늦도록 잠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호기심이 생긴 칼디도 그 열매를 직접 따 먹어 보았습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피로가 씻은 듯이 사라지고 온몸에 활력이 샘솟는 것을 느꼈습니다.
칼디는 이 신비로운 열매를 근처 이슬람 사원의 수도승에게 가져갔습니다. 처음에 수도승은 "이것은 악마의 유혹이다!"라며 열매를 불 속에 던져버렸습니다. 그런데 불타는 열매에서 너무나 향기롭고 매혹적인 냄새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당황한 수도승들은 불을 끄고 구워진 씨앗을 수거해 물에 타 마셔 보았는데, 그 음료 덕분에 밤샘 수행 중에도 졸지 않고 기도를 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마시는 커피의 시초라는 전설입니다. 만약 그때 염소들이 그 열매를 외면했다면, 우리는 지금쯤 아침마다 무엇으로 잠을 깨우고 있을지 상상조차 하기 힘드네요.
2. 교황의 세례를 받은 '이교도의 음료'
16세기 후반, 커피가 처음 유럽에 들어왔을 때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습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건너온 검은 액체라는 이유로 기독교인들은 커피를 '사탄의 음료' 혹은 '이교도의 술'이라고 부르며 기피했습니다. 당시 사제들은 교황 클레멘스 8세에게 "이 불결한 악마의 음료를 금지해달라"고 강력히 청원했습니다.
결정을 내리기 전, 클레멘스 8세는 직접 커피를 맛보기로 했습니다. 향긋한 냄새와 함께 커피 한 모금을 마신 교황은 뜻밖의 감탄사를 내뱉었습니다.
"이 사탄의 음료는 너무나 훌륭하구나! 이렇게 맛있는 것을 이교도들만 마시게 두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차라리 우리가 이 음료에 세례를 주어 악마를 쫓아내고 진정한 그리스도교의 음료로 만들자!"
교황은 우스갯소리처럼 커피에 세례를 주었고, 이 사건 이후 커피는 유럽 전역으로 빠르게 퍼져나갔습니다. 만약 당시 교황이 보수적인 결정을 내렸다면, 지금쯤 우리는 커피 대신 다른 음료로 아침을 시작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3. 여인들의 커피 금지 청원과 '커피 하우스'의 전성기
17세기 영국에서는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커피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당시 런던에는 '커피 하우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는데, 이곳은 남자들이 모여 정치, 경제, 예술을 토론하는 사교의 장이었습니다.
문제는 남편들이 집에 들어오지 않고 온종일 커피 하우스에서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화가 난 런던의 부인들은 1674년, '커피 금지 여성 청원서(The Women’s Petition Against Coffee)'를 발표하기에 이릅니다.
그녀들의 불만은 꽤 구체적이었습니다. "남편들이 이 검고 쓰고 맛없는 구정물 같은 음료를 마시느라 가정은 돌보지 않고, 말만 번지르르한 수다쟁이가 되어버렸다"는 것이었죠. 심지어 커피가 남성 건강에 해롭다는 루머까지 퍼뜨리며 강력하게 항의했습니다.
하지만 남성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즉각 '커피를 옹호하는 남성들의 반박문'을 내놓으며 맞섰습니다. 결국 이 전쟁에서 승리한 것은 커피였습니다. 커피 하우스는 '1페니 대학'이라 불리며 지식 공유의 핵심 장소가 되었고, 오늘날의 보험 회사(로이즈)나 증권 거래소의 모태가 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여성들은 커피 하우스 출입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반대를 했던 것이지만, 오늘날에는 성별과 관계없이 누구나 카페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으니 참 다행스러운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4. 커피를 향한 집착, 베토벤의 '60알' 법칙
음악의 성인이라 불리는 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은 지독한 완벽주의자로 유명했습니다. 그의 이런 성격은 작곡뿐만 아니라 매일 마시는 커피 한 잔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었습니다.
베토벤은 소문난 커피 애호가였습니다. 그는 매일 아침 직접 커피를 내려 마셨는데, 이때 그가 고집했던 철칙이 바로 '한 잔의 커피에는 정확히 60알의 원두가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매일 아침 원두 60알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세어서 커피를 추출했습니다.
그의 지인들에 따르면, 베토벤은 원두가 59알이거나 61알이 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숫자가 틀리면 커피 맛이 변한다고 믿었기 때문이죠. 현대의 바리스타들이 정밀한 저울을 사용해 0.1g 단위까지 맞추는 것을 보면, 베토벤은 시대를 앞서간 진정한 '홈카페의 장인'이었던 셈입니다.
그의 유명한 교향곡들이 이 깐깐하게 세어 만든 60알의 커피 기운으로 탄생했다고 생각하면, 커피 한 알 한 알이 클래식 음악의 음표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베토벤 외에도 발자크 같은 문호는 하루에 50잔 이상의 커피를 마셨다고 하니, 위대한 예술가들의 뒤에는 늘 진한 커피 향이 함께했던 모양입니다.
염소의 춤에서 시작해 교황의 세례, 런던 여인들의 항의를 거쳐 베토벤의 고집까지, 커피는 단순한 음료 이상의 에너지를 사람들에게 불어넣어 왔습니다. 지금 마시고 계신 커피 한 잔에도 어쩌면 미래에 전해질 새로운 에피소드가 담겨 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 알려드린 이야기들이 앞으로 일상의 대화 속에서 작은 재미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