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 코스타리카에 살면서 가장 좋은 게 뭐냐고 누가 물으면, 저는 주저 없이 "매일 아침 신선하고 질 좋은 커피를 마음껏 마실 수 있는 것"을 꼽습니다. 사방이 커피밭인 나라에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커피가 일상이 되었고, 매일 아침 온 가족이 둘러앉아 제가 내린 핸드드립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게 저희 집의 소중한 루틴이 되었습니다.
종종 한국에 있는 지인들이나 이곳으로 갓 이주해 오신 분들이 "현지 마트(Automercado나 Masxmenos 같은 곳)에 가면 커피 종류가 너무 많아서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며 원두 추천을 달라고 하십니다. 워낙 유명한 타라주(Tarrazú)부터 트레스 리오스(Tres Ríos)까지 지역도 다양하고 브랜드도 빽빽하니까요.
그래서 오늘은 제가 수없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직접 돈 주고 사 마셔본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 마트에서 절대 실패하지 않는 원두 3가지를 딱 정해드리려고 합니다. 전문가의 거창한 커핑 노트가 아니라, 50대 커피 애호가의 지극히 주관적이고 솔직한 입맛 기준이니 편하게 읽어주세요.
1. 대중성과 깊은 풍미를 동시에, '브릿(Britt) Tarrazú'
가장 먼저 손이 가는 건 역시 국민 브랜드인 브릿(Britt)입니다. 마트에 가면 한 면을 다 채우고 있을 정도로 흔하지만, 흔한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Tarrazú(타라주) Medium Roast'를 가장 자주 집어 듭니다. 아시다시피 타라주는 고산지대라 커피 맛이 깔끔하기로 유명하죠. 이 원두는 첫 입을 딱 대면 기분 좋은 산미가 살짝 돌면서, 끝맛은 초콜릿처럼 쌉싸름하고 고소하게 마무리됩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산미가 너무 강한 커피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 브릿 타라주는 밸런스가 딱 좋아서 아이들도 아이스커피로 만들어주면 아주 잘 마십니다. 손님이 오셨을 때 내놓아도 호불호 없이 다들 "커피 향 참 좋다"며 칭찬하는, 말 그대로 '안전 패스' 원두입니다.
2. 가성비와 묵직한 바디감을 원한다면, '1820'
매일 서너 잔씩 커피를 마시다 보면 솔직히 가격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럴 때 제 지갑을 지켜주는 효자 원두가 바로 '1820'입니다. 코스타리카 역사에서 처음으로 커피를 수출한 해를 기념해 만든 브랜드인데, 노란색 봉투가 아주 인상적이죠.
이 커피는 한 마디로 '묵직하고 구수함' 그 자체입니다. 산미는 거의 없고, 한국인들이 딱 좋아할 만한 숭늉 같은 구수함과 쌉싸름한 맛이 특징입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진하게 내려서 라떼로 만들어 마시면 폴 바셋 부럽지 않은 고소한 맛이 납니다.
주말 아침, 아내와 함께 토스트 한 쪽 구워서 이 1820 커피를 찐하게 곁들이면 에스까수 풍경과 참 잘 어우러집니다. 가격도 브릿에 비해 저렴해서 데일리 커피로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3. 조금 더 특별한 향을 원할 때, 'Cafe Rey Premium'
마지막으로 추천하고 싶은 건 카페 레이(Cafe Rey)의 프리미엄 라인입니다. 보통 일반 레드는 현지인들이 설탕을 섞어 마시는 용도로 많이 쓰지만, 블랙 봉투에 담긴 프리미엄이나 셀렉션 라인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이 원두는 중후한 바디감 속에 은은한 과일 향과 꽃 향이 스며있어서, 기분 전환을 하고 싶을 때 드립으로 내리기 참 좋습니다. 주말 오후, 서재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 이 녀석을 정성스럽게 내려 마시면 온 집안에 퍼지는 향 가득한 풍미가 아주 일품입니다.
글을 마치며
코스타리카 마트에서 원두를 고르실 때 한 가지 팁을 더 드리자면, 봉투에 'Grano(홀빈, 원두 상태)'와 'Molido(분쇄 원두)'가 적혀있으니 꼭 확인하세요. 집에서 직접 가라 드시는 분들은 'Grano'를 사셔야 합니다.
에스까수 저희 집 주방에는 오늘도 구수한 커피 향이 가득합니다. 아이들은 각자 방에서 노트북으로 대학 과제를 하고 있고, 아내와 저는 거실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이 시간이 참 감사하네요. 여러분도 오늘 마트에서 마음에 드는 원두 하나 골라, 소중한 사람들과 따뜻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Pura V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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