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까수 카페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면 사시사철 푸른 산과 싱그러운 원두가 익어가는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지요. 한국에 있을 때도 식후 커피 한 잔은 일상의 소소한 낙이었지만, 커피의 본고장 중 하나인 이곳에 정착한 이후로는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삶의 깊은 습관이 되었습니다.
가끔 에스까수 시내의 카페나 한국의 정겨운 카페에 들르면 진열대 메뉴판 앞에서 무엇을 마실지 고민하는 분들을 보곤 합니다. 사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메뉴판 속 커피들은 몇 가지 기본 원리만 알면 아주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50대의 삶이 비워내고 덧붙임으로써 성숙해 지듯, 커피 역시 에스프레소라는 순수한 바탕 위에 무엇을 채우느냐에 따라 다양한 얼굴을 보여줍니다. 카페에서 흔히 만나는 대표적인 커피 종류와 그 특징을 소박하게 풀어보겠습니다.
1. 커피의 가장 순수한 본질, 에스프레소(Espresso)와 아메리카노(Americano)
모든 음료의 출발점은 바로 '에스프레소'입니다. 곱게 간 원두에 고온 고압의 물을 더해 짧은 시간 동안 진하게 추출한 커피의 정수지요. 처음에는 쌉싸름함과 강렬한 농도에 놀라실 수 있지만, 갓 추출한 에스프레소 상단의 '크레마'에서 퍼지는 진한 원두의 향은 비할 데가 없습니다.
이 에스프레소에 따뜻한 물을 넉넉히 더해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도록 만든 것이 우리가 가장 애용하는 '아메리카노'입니다. 물의 양에 따라 원두 본연의 산미와 고소함, 그리고 깔끔한 여운을 은은하게 느낄 수 있어 매일 부담 없이 즐기기에 최고의 선택입니다.
2. 부드러운 우유와의 조화, 카페 라떼(Caffè Latte)와 카푸치노(Cappuccino)
진한 에스프레소에 따뜻하게 데운 우유가 만나면 한결 부드럽고 포근한 음료가 됩니다. '카페 라떼'는 에스프레소에 스팀 우유를 넉넉히 붓고 그 위에 아주 얇은 우유 폼을 올린 음료입니다. 우유의 고소함이 커피의 쌉싸름함을 감싸주어 편안하게 마시기 좋습니다.
반면 '카푸치노'는 라떼보다 우유 거품의 비중이 훨씬 높고 두껍습니다. 몽글몽글하고 풍성한 거품 위에 시나몬 가루나 코코아 가루를 얹어 마시는데, 입술에 닿는 폭신한 거품의 감촉과 거품을 뚫고 들어오는 진한 에스프레소의 향미가 참으로 매력적입니다. 저희 아내도 주말 아침이면 이 풍성한 카푸치노 한 잔의 여유를 참 좋아합니다.
3. 달콤한 위로가 필요한 날, 바닐라 라떼와 카페 모카(Caffè Mocha)
살다 보면 누구나 몸도 마음도 지치고 달콤한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이럴 때 찾게 되는 대표적인 메뉴가 바닐라 라떼와 카페 모카입니다.
'바닐라 라떼'는 기본 라떼에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바닐라 시럽을 더한 음료로, 과하지 않은 기분 좋은 단맛을 선사합니다. '카페 모카'는 에스프레소와 우유에 진한 초콜릿 시럽을 더하고 그 위에 휘핑크림을 얹어 만드는 음료입니다. 커피의 씁쓸함과 초콜릿의 달콤함이 어우러져 깊은 풍미를 내는데, 공부나 일에 지친 우리 아이들이 들르면 가장 먼저 찾는 메뉴이기도 합니다.
4. 시간이 만든 기다림의 미학, 콜드브루(Cold Brew)와 드립 커피(Drip Coffee)
에스프레소 머신의 압력으로 빠르게 추출하는 커피와 달리, 천천히 시간을 들여 추출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드립 커피(필터 커피)'는 종이 필터에 분쇄한 원두를 담고 따뜻한 물을 천천히 부어 추출하는 방식으로, 원두 특유의 섬세한 산미와 과일 향, 깔끔한 바디감을 가장 명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콜드브루'는 차가운 물이나 상온의 물을 이용해 오랜 시간(10~12시간 이상) 천천히 우려내는 커피입니다. 열을 가하지 않고 추출하기 때문에 쓴맛과 산미가 적고, 특유의 부드럽고 깔끔한 풍미와 숙성된 듯한 은은한 단맛이 살아있습니다.
에스까수의 화창한 오후 테라스에 앉아 시원한 콜드브루 한잔을 기울이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 청량감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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